조선일보

통일부 보고서 드러난 대북정책 변화

이명박 대통령이 26일 통일부 업무보고를 통해 대북정책의 큰 변화를 예고했다.

지난 10년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 노무현 정부의 평화번영정책과는 근본적으로 궤를 달리하는 상호호혜주의적 정책노선을 선보인 것이다. 남북관계를 민족의 개념을 강조한 특수관계에서 보다 국가적 개념을 강조하는 일반적 관계로 설정하고, 남북간 협력은 철저히 경제비용을 따져 실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먼저 주고 나중에 받는 선출후납(先出後納)의 정책노선에서 동시출납(同時出納), 즉 남북이 하나씩 주고받는 쪽으로 대북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했음을 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북정책의 변화는 이명박 대통령이 1991년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를 남북간 기본정신으로 거듭 확인한 데서 드러난다. 이 대통령은 머리말을 통해 “남북 정상간 새로운 합의도 있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91년 체결한 남북기본합의서의 정신”이라고 강조했다.2000년 6·15공동선언과 지난해 10·4남북공동선언 등 지난 두 정권에서의 정상간 합의를 사실상 남북기본합의서의 하위개념으로 설정한 것이다. 새 정부 대북정책의 뿌리가 지난 두 정권 이전의 정책노선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남북 지도자들이 통일을 부르짖는데 과연 가슴에서 우러나는 구호였는지, 아니면 전략적 의미의 구호였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0년간 대북정책이 정치적 목적에 따라 활용돼 왔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지난 10일 김하중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기존 남북정상간 합의사항을 수정할 뜻이 있음을 내비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통일부가 이날 지난해 남북정상회담 ‘10·4선언’에 명시된 핵심 경협사업 대부분을 보고하지 않은 것과 관련, 여러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 문제로 지연되고 있는 북핵 상황을 감안한 전략적 모호성 차원이라는 분석도 있다. 또 다음달 총선을 앞두고 적지 않은 재정이 투입돼야 할 경협사업 이행이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고려도 감안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기존 대북정책에 대한 이 대통령의 불신감은 가차없는 통일부 질책으로 표출됐다. 이 대통령은 “통일부 모든 간부들이 이제까지 해오던 방식의 협상 자세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가 변하는데 북한도 변해야 한다. 남북이 협력을 받고 협력을 하는 관계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방적 대북지원이 아니라 주고받는 남북간 협력을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이 대통령은 특히 “핵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북한을 위해 진정 도움이 된다는 것을 북한 지도자들이 알아야 한다.”고 말해 자신의 ‘비핵·개방 3000’ 정책을 관철시켜 나갈 뜻임을 분명히 했다.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적극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대통령이 적극적인 탈북자 대책을 주문한 것은 과거 두 정권에서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그만큼 민감한 사안인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인도적 지원을 다짐하면서도 국군포로·납북자 송환과 이산가족 상봉에 있어서 북측에 상응한 협력을 촉구한 점이다. 북한이 전향적 자세를 취하지 않을 경우 남북간 협력이 더욱 위축될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예단키 어렵다. 다만 이명박 정부가 지난 정부와 달리 북한의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기간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을 맞을 공산이 커 보인다.(출처 : 서울신문)

<표> 2008년도 남북관계 발전 실행계획
3대 목표

12대 과제

 `비핵ㆍ개방3000' 이행준비

(북한 비핵화)
① 남북대화를 통한 북핵문제 해결 촉진.지원
② `비핵ㆍ개방 3000' 이행계획 수립
상생 경제협력 확대

(한반도 경제 선진화)
③ 남북경협기업의 애로사항 해소
④ 산림 녹화
⑤ 농수산협력
⑥ 자원개발 협력
⑦ `나들섬 구상' 구체화
호혜적 인도협력 추진

(남북 주민의 행복)
⑧ 이산가족 상시상봉 체계 구축
⑨ 국군포로ㆍ납북자 문제 해결 진전
⑩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 강화
⑪ 대북 지원의 분배투명성 제고
⑫ 북한 인권 개선 노력
(출처 : 연합뉴스)

              ‘10·4경협’ 잠정 중단

지난해 10월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합의한 10·4 남북정상선언의 주요 경제협력사업 추진이 당분간 중단되거나 유보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통일부는 26일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가진 새 정부 첫 업무보고에서 10·4남북정상선언에 담긴 주요 합의사항에 대한 추진방안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0·4선언의 핵심 경협사업은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와 해주특구조성, 남북공동어로수역 설정, 한강하구 공동이용, 안변 조선협력단지 조성, 철도·도로 개보수 등이다.

특히 경의선 철도 긴급보수 문제가 결부된 8월 베이징 올림픽 남북공동응원단 파견 문제는 정부의 조속한 입정정리가 필요한 데도 별다른 논의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홍양호 통일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난해 합의된 10·4 선언과 총리회담 합의사항은 앞으로 유관기관과 합의해서 검토할 것”이라며 합의 사항들이 완전 백지화된 것은 아님을 강조했다.

그러나 김하중 통일부 장관은 지난 10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남북정상회담 합의 사항을 수정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수정이 있을 것”이라고 답변, 합의사항 백지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명박 정부가 남북간 합의사항들에 대한 전면 재검토에 나섬에 따라 북한의 거센 반발과 함께 남북관계의 경색이 우려된다.

이 대통령은 업무보고 머리말에서 “앞으로 국민의 뜻에 반하는 남북 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통일부도 (지금까지의)협상자세를 바꿔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남북간 기본 정신은 1991년 체결한 남북기본합의서로, 그 정신이 지켜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이나 노무현 정부의 평화번영정책을 벗어나 상호호혜주의 차원의 대북정책을 펴나가겠다는 뜻을 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또 “갈 곳 없고, 먹을 것 없는 탈북자 문제는 인도적 입장에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 주민들이 처한 어려움에 대한 우리의 협력은 계속될 것”이라며 “북한도 국군포로·납북자·이산가족 문제에 대해 인도적 차원에서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김하중 통일부 장관은 ▲실용과 생산성 ▲철저한 원칙(비핵화, 남북대화)·유연한 접근 ▲국민 합의 ▲국제협력과 남북협력의 조화를 통일정책의 4대 원칙으로 제시했다.(출처 : 서울신문)


"북핵(北核)외교 효과보려면 군사력 옵션 있어야…

DJ에 '대북정책 변화' 말하니 불쾌해했다"
부시, 정치·기업인 40여명과 좌담회

조지 W 부시(Bush) 대통령은 25일 이명박 대통령의 다음달 방미(訪美)와 관련, "가장 가까운 친구였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의 사이처럼, 그(이 대통령)와 가까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그를 캠프 데이비드(대통령 별장)에 초청했다"며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북핵 문제와 관련, "내가 대통령에 취임했을 때, 북한 지도자(김정일)는 관심을 끌기 위해 음식을 바닥에 내동댕이치는 아이 같았다"며 "그러나 이제는 북핵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6자회담이라는 틀을 마련한 만큼 북핵 문제가 해결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존 엔슨(Ensign) 공화당 상원위원회 위원장과 함께, 공화당의 '상원 다수당 만들기(Majority Maker)'를 추진하는 굵직한 정치인, 기업인 등 40여 명을 버지니아주의 매클린에 위치한 한 공화당 후원자의 개인 저택으로 초청했다. 본지는 미 대통령 자문위원인 임청근 한미동맹협의회 총재의 초청으로 이 자리에 참석했다.

1시간30분 동안 진행된 이날 좌담회는 포토맥강이 내려다보이는 이 저택 응접실에서 가족적인 분위기처럼 진행됐다. 부시 대통령은 10여분간 모두(冒頭) 발언을 한 뒤, 1시간20분여 동안 참석자의 질문에 일일이 답변하는 등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북핵과 관련, 그는 "딸들을 키워봤는데, 애들이 부모의 관심을 끌려고 음식을 떨어뜨리면 어른이 그걸 집는다. 그러면 더 큰 관심을 끌려고 음식을 바닥에 내동댕이치곤 한다"며 자신의 취임 당시 북한의 핵 정책이 이와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식탁에서 미국만이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줍는 나라가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고, (다른 나라의 협력을 얻기 위해) 맨 먼저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에게 '지금까지의 대북 정책이 효과가 없다'고 말했더니 매우 불쾌해(upset)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텍사스주 자신의 크로퍼드 목장을 방문한 장쩌민(江澤民) 당시 중국 주석과도 상의했더니, 장 주석은 "당신네들(미국)의 문제"라고 반응했다고 기억했다. 그는 이후 어렵사리 6자회담이라는 틀을 만들어, 북한에 엄청난 지렛대(leverage)를 쥐고 있는 중국을 테이블에 앉힐 수 있었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또 "(북핵 문제에 대한) 외교가 효과를 보려면 '군사력 사용'이라는 옵션을 테이블 위에서 내려놓으면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떤 이들은 군사력 동원 문제를 쉽게 말한다"며 "나는 두번(아프가니스탄·이라크)이나 군사력을 동원했고 앞으로 동원하는 데에도 겁내지 않지만, 미국의 대통령은 군사력 사용의 결과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인들은 무력 사용의 결과를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핵확산 의혹과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 플루토늄 프로그램에 대해 사실대로 밝힐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이제 우리는 이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틀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출처 : 조선일보)